최근 인천 계양산을 뒤덮은 '러브버그' 떼는 우리에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생태학적으로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익충(beneficial insect)'으로 분류되는 벌레가 어째서 시민들에게는 악취와 혐오감을 유발하는 '재난'이 되었을까요?
이 복잡한 문제의 중심에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의 "국민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한마디가 더해지면서, 사태는 단순한 벌레 출몰 문제를 넘어 행정 리더의 소통과 공감 능력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익충과 해충의 경계, 그리고 행정의 역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익충의 역설: 러브버그, 생태계의 조력자인가, 혐오의 대상인가
먼저 러브버그, 즉 붉은등우단털파리의 양면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학계의 설명에 따르면,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과 같은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기며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정이 "러브버그는 익충"이라며 강력한 화학 방제에 소극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겪는 현실은 다릅니다.
새까맣게 등산로를 뒤덮은 벌레 떼, 썩은 변기 냄새 같은 사체의 악취, 그리고 눈과 입으로 달려드는 극심한 불쾌감은 '익충'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위로받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여기서 이론과 현실의 거대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소통의 실패: "참으라"는 말에 담긴 행정의 한계
윤환 구청장의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은 바로 이 괴리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전형적인 소통 실패의 사례입니다.
그가 "환경 단체의 항의가 우려된다"거나 "익충이라 소멸시키기 어렵다"고 말한 배경에는 행정적 딜레마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행정의 고충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였습니다.
"참으라"는 말은 시민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불편'으로 치부하고, 행정의 어려움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로 비쳤고, 이것이 민심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방제의 딜레마: 환경 보호와 시민 불편 사이의 줄타기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계양구청은 구청장의 발언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사체를 치우고 물을 뿌리는 등 물리적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시 역시 러브버그가 물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소방서와 협력, 화학 약품 없는 '살수 방역'을 진행 중입니다.
이는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시민 불편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입니다. 이처럼 이번 사태는 섣부른 화학 방제가 불러올 또 다른 생태계 문제를 경계하면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러브버그 사태는 단순한 벌레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가 마주한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한쪽에는 생태계 보존이라는 가치가, 다른 한쪽에는 시민의 쾌적한 삶이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시민들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인내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러브버그는 왜 익충으로 불리면서도 문제가 되나요?
A1: 학술적으로 러브버그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꽃의 수분을 돕는 등 생태계에 이로운 '익충'입니다. 하지만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떼를 지어 출몰하고, 사체가 썩어 악취를 풍기는 등 인간의 생활 환경에 극심한 불쾌감과 불편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Q2: 윤환 구청장의 "참으라" 발언이 비판받는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시민들이 겪는 실질적인 고통(악취, 혐오감 등)에 공감하기보다, '익충'이라는 행정적, 생태학적 논리를 앞세워 인내를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리더의 공감 및 소통 능력 부재로 비춰져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Q3: 현재 지자체들은 러브버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A3: 화학적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대신,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계양구는 사체 수거와 물청소 등 물리적 방제를, 서울시는 물에 약한 특성을 이용한 '살수 방역'을 진행하는 등 친환경적인 대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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