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들과의 즐거운 치맥 모임이 끝나고, 가게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며 수많은 내적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딱 두 잔 마셨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집까지 15분 거리인데, 설마 단속하겠어?’ 음주운전의 유혹은 생각보다 훨씬 달콤하고 집요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만약 술에 취한 채 자전거를 타다 행인과 부딪히기라도 하는 아찔한 상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결국 저는 자전거를 끌고 15분을 걸었고, 지금 생각하면 그날의 선택이 제 인생을 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심각하게 인지하면서도, 자전거 음주운전은 ‘별일 아니겠지’라며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는 명백한 ‘차’로 규정되며,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 적발’과 ‘인사 사고’라는 두 가지 상황, 그리고 ‘일반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라는 두 가지 종류에 따라 당신의 운명이 어떻게 극명하게 갈리는지, 벌금부터 면허취소, 형사처벌까지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모든 것을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시나리오 1: ‘일반 자전거’ 단순 음주운전 (벌금 3만 원, 전과기록 없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술을 마시고 일반 페달 자전거를 타고 가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경우입니다.

  • 처벌 근거 및 내용: 도로교통법 제50조 제8항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한 사람에게는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만약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는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 제157조 제2호)
  • 혈중알코올농도 0.03%의 의미: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체중 70kg) 기준, 소주 한 잔 반 또는 맥주 두 잔 정도를 마시고 1시간이 지났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치입니다. 개인의 체질, 체중, 성별, 음식 섭취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딱 한 잔’이라는 생각조차 위험합니다.
  • ‘벌금’과 ‘범칙금’의 결정적 차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형사처벌인 ‘벌금’이 아닌, 행정상 제재인 **‘범칙금’**이라는 점입니다. 범칙금은 납부하면 모든 절차가 종결되며, 전과 기록(범죄경력자료)이 남지 않습니다.
  • 자동차 운전면허: 이 시나리오에서는 자동차 운전면허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면허 정지나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은 내려지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역시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사고 없이 ‘운 좋게’ 단속만 된 경우일 뿐입니다.

2. 시나리오 2: ‘일반 자전거’ 음주운전 중 인사사고 (형사처벌, 전과기록 남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다가 길을 걷던 행인을 들이받아 다치게 한 경우입니다. 이 순간, 3만 원짜리 행정 제재는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형사 사건’으로 돌변합니다.

  • 적용 법규의 변경: 단순 도로교통법 위반이 아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됩니다. 자전거 운전자는 ‘차의 운전자’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며, 음주 상태는 이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 형사 처벌 수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 따라, 피해자의 부상 정도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범칙금이 아닌 **‘벌금형’**으로, 명백한 전과기록이 남는 형사처벌입니다.
  • 민사상 책임 및 보험 문제: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의 치료비,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정신적 피해보상(위자료) 등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민사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설령 개인적으로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나 ‘자전거 보험’이 있더라도, 음주운전은 중대 과실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수천만 원에 달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을 가해자 본인이 전부 감당해야 합니다.

3. 모든 것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 ‘전기 자전거’의 함정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페달을 밟아야만 나아가는 ‘일반 자전거’에 한정됩니다. 만약 당신이 탄 것이 ‘전기 자전거’였다면, 단순 음주 단속만으로도 당신의 운전면허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의 구분 도로교통법은 전기 자전거를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1. 자전거에 해당하는 전기 자전거 (PAS 방식): 페달을 밟을 때만 모터가 작동하고(페달 보조 방식), 시속 25km 이상이 되면 모터 작동이 멈추며, 자전거 전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 이는 법적으로 ‘자전거’로 취급되어 위 시나리오 1, 2가 적용됩니다.
    2. 개인형 이동장치(PM)에 해당하는 전기 자전거 (스로틀 방식): 페달과 상관없이 손잡이의 스로틀 레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모터가 작동하는 것. 이는 법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하나인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됩니다. 요즘 흔히 보이는 공유 전기 자전거나 공유 전동 킥보드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4. 시나리오 3 & 4: ‘전기 자전거(PM)’ 음주운전 (면허정지/취소 + 형사처벌)

스로틀 방식의 전기 자전거(PM)를 음주운전한 경우, 이는 자동차 음주운전과 거의 동일한 잣대로 처벌받습니다.

  • 단순 음주운전(시나리오 3): 사고 없이 단속만 되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자동차 운전면허에 직접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집니다.
    • 혈중알코올농도 0.03% ~ 0.08% 미만: 범칙금 10만 원 + 운전면허 정지 100일
    •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범칙금 10만 원 + 운전면허 취소
    • 음주 측정 불응: 범칙금 13만 원 + 운전면허 취소
  • 음주운전 중 인사사고(시나리오 4):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 형사 처벌: 시나리오 2와 동일하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전과기록이 남습니다.
    • 행정 처분: 위 수치에 따라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됩니다.
    • 민사 책임: 보험 처리 불가 및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술 한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대가는 내가 무엇을 탔는지, 그리고 사고를 냈는지에 따라 ‘3만 원짜리 실수’에서 ‘전과와 면허취소’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젯밤 제가 만약 무심코 공유 전기 자전거에 올라탔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대신 면허취소 처분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술자리가 있다면, 자전거는 그 자리에 두고 오는 것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술을 얼마나 마신 정도인가요? A1: 개인의 체중, 체질, 성별 등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지만,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70kg)이 소주 1~2잔 또는 캔맥주 1~2캔을 마시고 1시간이 경과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입니다. 사실상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PAS 방식 전기 자전거는 정말 운전면허에 영향이 없나요? A2: 네, 현행법상 페달을 밟아야만 모터가 작동하는 PAS 방식 전기 자전거(최고속도 25km/h 미만, 중량 30kg 미만)는 ‘자전거’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더라도 일반 자전거와 동일하게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며,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은 내려지지 않습니다.

Q3: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보험처리가 되나요? A3: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인이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나 ‘자전거 보험’ 약관에는 대부분 ‘음주운전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모든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가해자 본인이 개인 비용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Q4: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도 처벌이 똑같나요? A4: 네, 똑같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PM)’에 해당하므로, 스로틀 방식 전기 자전거와 동일한 처벌 기준이 적용됩니다. 단순 음주운전만으로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Q5: 경찰이 아무 때나 자전거 음주단속을 할 수 있나요? A5: 네, 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교통안전과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운행 중인 자전거를 정지시키고 운전자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 시간대나 유흥가 주변, 자전거 도로 등에서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